전체 글55 광장 리뷰 - 외로움끼리 부딪혀야만 생기는 온기가 있다 애니메이션을 고를 때 저는 보통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지부터 따집니다. 화려한 작화, 신나는 음악, 아이가 좋아할 캐릭터부터 찾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른인 저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고르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 혼자 소파에 앉아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영화를 골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옵니다.광장은 그런 순간에 만난 영화였습니다.가장 넓은 곳이 가장 외로운 곳이었다북한 평양에 파견된 스웨덴 외교관 보리는, 몇 번의 겨울을 보낼 만큼 오래 머물렀지만 여전히 이방인입니다.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받으면서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내던 그가 유일하게 답답함을 달래는 방법은 고요한 고속도로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는 것뿐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 2026. 3. 27. 히트맨 아닌 <하트맨>, 8살 딸을 둔 엄마의 눈으로 본 '진짜 용기' 이번엔 최근 개봉한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 후속인가?" 싶으셨을 거예요. 맞아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더니, '히'에 점 하나 찍어 '하트'를 만든 그 제목 말이죠. 사실 의 감독과 주연 배우가 다시 뭉쳤으니 얄팍한 마케팅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오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제 마음은 조금 다릅니다. 특히 8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선에서 본 은 단순한 코미디 그 이상,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만드는 묘한 설득력이 있는 작품이었거든요."삼촌!"이라고 부르는 아이의 뒷모습영화의 설정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성민(권상우 분)은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를 다시 만나 결실을 맺으려 하지만, 하필 보나는 '애 있는 남자'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입.. 2026. 3. 25. 피렌체 영화 리뷰 (중년의 시간, 가족과의 순간, 인생 여정) 솔직히 저는 를 보기 전까지 제가 얼마나 많은 '나중에'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엄마, 같이 놀아줘"라고 할 때마다 "조금만 기다려, 이것만 끝내고"라고 했던 순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몇 시간씩 매달렸던 그 열정을, 정작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 5분도 쏟지 못했다는 자각이 밀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김민종의 복귀작이자,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삼관왕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제게 남긴 건 화려한 수상 경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일깨워준 아픈 울림이었습니다. 중년의 시간, 그 낯설고도 쓸쓸한 풍경 앞에서당신은 혹시 거울 속 자신이 낯.. 2026. 3. 24. 엑시트 영화 리뷰 (재난 코미디, 클라이밍, 생존기) 백수 주인공이 도심 한복판 유독가스 재난에서 가족을 구하는 영화 .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간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하는 일들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 우울감이 들어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믹한 영화를 보고 싶어지더라구요.영화 속 용남이가 클라이밍 실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을 보며 "지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언젠가 밑거름이 유의미한 일이 될거야"라며 위로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외면한 '잉여력'이 생존 본능으로 전환되는 순간주인공 용남은 대학 동아리에서 클라이밍을 했지만,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는 번번이 낙방하는 전형적인 백수입니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조차 조카들에게 눈총받는 신세죠. 그런데 재난 상황이 터지자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도심 전체가 유독.. 2026. 3. 19. 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 (캐릭터 디자인, 각본 구성, 상영관 부족) 솔직히 저는 달려라 하니를 극장에서 보기까지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침 시간대에만 상영관이 열려 있어서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거든요. 겨우 오후 4시 타임을 발견하고 달려갔는데, 극장에 저 혼자였습니다. 1988년 첫 방송 이후 3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온 하니를 혼자 대관하듯 보게 된 셈이죠. 이 작품이 국산 TV 애니메이션 최초로 정규 편성되었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영관 배정이 너무 아쉬웠습니다.예상을 뒤엎은 캐릭터 디자인의 승리하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이었습니다. 1985년 원작 만화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특히 나애리라는 캐릭터는 정말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캐.. 2026. 3. 16. 살인자 리포트 후기 (구멍없는 스토리, 완벽한 연출, 복수의 윤리) 솔직히 저는 영화가 끝나고 스크립트가 나오는 순간까지도 이 영화의 '구멍'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고 나면 항상 "아, 저 부분은 설명이 안 되잖아"라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는 달랐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다시 되짚어봐도, 초반에 던진 의문들이 후반부에서 깔끔하게 회수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한국 스릴러 영화는 분위기는 좋은데 디테일에서 허점이 보인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런 단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완성한 시청각 연출의 정석영화는 대부분 호텔 스위트룸 2701호라는 단일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원룸 스릴러(One Location Thriller)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시각적 단조로움이 약점으로 지적되.. 2026. 3. 11.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