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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계집애 달려라 하니 (캐릭터 디자인, 각본 구성, 상영관 부족) 솔직히 저는 달려라 하니를 극장에서 보기까지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침 시간대에만 상영관이 열려 있어서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거든요. 겨우 오후 4시 타임을 발견하고 달려갔는데, 극장에 저 혼자였습니다. 1988년 첫 방송 이후 36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온 하니를 혼자 대관하듯 보게 된 셈이죠. 이 작품이 국산 TV 애니메이션 최초로 정규 편성되었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영관 배정이 너무 아쉬웠습니다.예상을 뒤엎은 캐릭터 디자인의 승리하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이었습니다. 1985년 원작 만화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특히 나애리라는 캐릭터는 정말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캐.. 2026. 3. 16.
살인자 리포트 후기 (구멍없는 스토리, 완벽한 연출, 복수의 윤리) 솔직히 저는 영화가 끝나고 스크립트가 나오는 순간까지도 이 영화의 '구멍'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고 나면 항상 "아, 저 부분은 설명이 안 되잖아"라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는 달랐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다시 되짚어봐도, 초반에 던진 의문들이 후반부에서 깔끔하게 회수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한국 스릴러 영화는 분위기는 좋은데 디테일에서 허점이 보인다는 평을 듣곤 하는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런 단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완성한 시청각 연출의 정석영화는 대부분 호텔 스위트룸 2701호라는 단일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원룸 스릴러(One Location Thriller)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시각적 단조로움이 약점으로 지적되.. 2026. 3. 11.
주토피아2 (편견극복, 파트너십, 공존메시지) 아이가 유치원에서 "토끼는 경찰 못 해"라는 말을 듣고 풀이 죽어 돌아온 날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아이와 함께 를 다시 틀어놓고, 주디가 경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속편인 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전작이 던진 "편견은 어떻게 극복되는가"라는 질문에, 이번 영화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가"라는 더 깊은 화두로 답했습니다.전작을 넘어선 공존의 확장, 파충류까지 품은 주토피아는 단순히 속편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전작에서 포유류 중심으로 그려졌던 주토피아라는 메타포(Metaphor)가 이번엔 파충류, 조류까지 확장되며 생태계 전체의 공존 문제로 심화되었습니다. 여기서 메타포란 현실 사회의 계층, 인종, 직업적 편견을 동물.. 2026. 3. 10.
맥팔랜드 USA (크로스컨트리, 실화영화, 이민자교육) 1987년 캘리포니아 맥팔랜드 고등학교 크로스컨트리 팀이 주 결승전에서 우승했습니다. 이 팀의 특별한 점은 선수 전원이 멕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고, 새벽부터 농장 일을 하고 20km를 달려 등교한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간 제 양육 방식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늘 좋은 보호자가 되고자 했지만, 오히려 제 불안과 기준으로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14년간 9번 우승, 데이터로 입증된 기적맥팔랜드 고교 크로스컨트리 팀은 1987년 첫 우승 이후 2001년까지 14년간 무려 9번의 주 챔피언십을 달성했습니다. 여기서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란 포장된 트랙이 아닌 야외 자연 지형을 달리는 장거리.. 2026. 3. 9.
악마가 이사왔다 (로맨스 절제, 각본 완성도, 유나 연기)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을 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죠. 저 역시 아이가 교문을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며 안전해야 할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영화 를 보면서 문득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낯설어지는 설정이, 제 마음속 불안과 닮아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2025년 8월 13일 개봉한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데뷔작 로 9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감독이 오리지널 각본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로맨스를 절제한 각본의 완성도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로맨스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선을 극도로 절제했다는 점입니다. 남자 주인공 길구(안보현)가 14층에 살고, 13.. 2026. 3. 6.
백수아파트 (층간소음, 공동체, 백수연대) 저도 아이를 재우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위층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진동 소리에 잠 못 이룬 적이 많습니다. 고요한 밤일수록 더 선명하게 파고드는 그 소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백수아파트는 바로 이런 현대 아파트의 가장 첨예한 문제,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2025년 2월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재건축 예정인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백수들이 뭉쳐 층간소음의 진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층간소음, 아파트 공동체를 갈라놓는 보이지 않는 칼날층간소음은 한국 사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환경부 소음·진동관리 통계에 따르면, 전체 층간소음 분쟁 건수는 연간 2만 건을 훌쩍 넘어섰습.. 2026.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