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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6

피렌체 영화 리뷰 (중년의 시간, 가족과의 순간, 인생 여정) 솔직히 저는 를 보기 전까지 제가 얼마나 많은 '나중에'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몰랐습니다. 아이가 "엄마, 같이 놀아줘"라고 할 때마다 "조금만 기다려, 이것만 끝내고"라고 했던 순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몇 시간씩 매달렸던 그 열정을, 정작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 5분도 쏟지 못했다는 자각이 밀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김민종의 복귀작이자, 할리우드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삼관왕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제게 남긴 건 화려한 수상 경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일깨워준 아픈 울림이었습니다. 중년의 시간, 그 낯설고도 쓸쓸한 풍경 앞에서당신은 혹시 거울 속 자신이 낯.. 2026. 3. 24.
엑시트 영화 리뷰 (재난 코미디, 클라이밍, 생존기) 백수 주인공이 도심 한복판 유독가스 재난에서 가족을 구하는 영화 .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간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하는 일들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 우울감이 들어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믹한 영화를 보고 싶어지더라구요.영화 속 용남이가 클라이밍 실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을 보며 "지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언젠가 밑거름이 유의미한 일이 될거야"라며 위로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외면한 '잉여력'이 생존 본능으로 전환되는 순간주인공 용남은 대학 동아리에서 클라이밍을 했지만,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는 번번이 낙방하는 전형적인 백수입니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조차 조카들에게 눈총받는 신세죠. 그런데 재난 상황이 터지자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도심 전체가 유독.. 2026. 3. 19.
어쩔수가없다 결말 (생존의 광기, 가족 지키기, 자본주의) 박찬욱 감독의 신작 는 정리해고를 당한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해고된 날은 햇빛이 쨍쨍했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날은 오히려 비가 내렸다는 아이러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저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이 영화를 봤는데, '어쩔 수 없다'는 다섯 글자가 유독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딸의 첼로 연주가 상징하는 생존의 역설영화 속 주인공 만수의 딸 리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앓고 있어 타인과의 소통이 어렵고, 반향어(Echolalia)만 사용합니다. 여기서 반향어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언어 증상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2026. 2. 4.
아마겟돈 재해석 (부성애, 희생정신, 가족서사) 솔직히 저는 을 처음 봤을 때 그저 화려한 우주 액션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서 다시 본 이 영화는, 제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1998년 개봉 당시 나사(NASA)로부터 270여 개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여전히 명작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한 아버지의 처절한 희생'이라는 보편적 서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대한 소행성 충돌이라는 SF적 설정 뒤에 숨겨진, 지극히 인간적인 드라마를 재발견하게 된 제 경험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과학적 오류를 넘어선 감정의 정확성은 텍사스 크기만 한 소행성이 지구로 접근하자, 시추 전문가들이 우주로 가서 소행성 내부에 핵폭탄을 설치해 궤도를 변경시킨다는 설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2026. 2. 4.
창궐 리뷰 (좀비 사극, 인간 욕망, 조선시대) 솔직히 저는 좀비 영화를 그다지 즐겨 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좀비물이 비슷한 공식을 따라가는 탓에 중간에 지루함을 느낄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궐〉 역시 처음에는 "조선시대 배경이면 뭐가 다르겠어?"라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고, 일반적으로 좀비 영화는 공포와 액션이 전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창궐〉은 그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좀비가 아니라 인간을 보여주는 사극〈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야귀'라는 좀비가 창궐하는 상황을 그립니다. 여기서 야귀란 사람을 물어 감염시키며 빠르게 번식하는 좀비형 괴물을 의미하는데, 영화는 이들을 단순한 공포 요소로만 활용하지 않습니다. 인조(박.. 2026. 2. 3.
위대한 개츠비 재해석 (황금빛 파티, 엄마의 고독, 과거 집착) 아이를 재우고 난 뒤 홀로 앉아 있는 거실. 불 꺼진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온전히 저로서 존재했던 시간들, 화려하진 않았지만 분명 빛나던 그 시절의 기억이 마치 개츠비가 바라보던 강 건너편 초록 불빛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화 는 바로 이 감정을,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처절한 갈망을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황금빛 파티 뒤에 숨겨진 엄마의 고독1925년 발표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바즈 루어만 감독 특유의 탐미적인 영상미로 재즈 시대(Jazz Age)의 화려함을 극대화했습니다. 여기서 재즈 시대란 1920년대 미국의 경제 호황기를 배경으로,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향락과.. 2026.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