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주인공이 도심 한복판 유독가스 재난에서 가족을 구하는 영화 <엑시트>.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간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하는 일들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 우울감이 들어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믹한 영화를 보고 싶어지더라구요.영화 속 용남이가 클라이밍 실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을 보며 "지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언젠가 밑거름이 유의미한 일이 될거야"라며 위로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가 외면한 '잉여력'이 생존 본능으로 전환되는 순간
주인공 용남은 대학 동아리에서 클라이밍을 했지만,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는 번번이 낙방하는 전형적인 백수입니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조차 조카들에게 눈총받는 신세죠. 그런데 재난 상황이 터지자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이고, 건물 안에 갇힌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는 순간, 용남의 클라이밍 실력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리스크 매니지먼트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용남은 고무장갑과 쓰레기봉투라는 일상 소품을 즉석 방호복으로 전환하고, 동아리에서 배운 매듭법으로 로프를 고정하며, 분필로 구조 신호를 보냅니다. 이런 장면들이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출처: 국민재난안전포털).
실제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었던 때, 제가 대학생 때 취미로 배웠던 일본어로 소통할 기회가 생겨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이걸 배워서 여행 이외에 쓸 기회가 있을까 "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업무에서 그게 저만의 무기가 되더군요.
수직적 공간 구조가 뒤집히는 아이러니
영화는 '높이'라는 공간 개념을 통해 흥미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집니다. 평소에는 고층 빌딩 위층을 점유한 사람들이 성공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가스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재난 상황에서는 오히려 높은 곳이 함정이 됩니다. 구름정원이라는 고급 연회장도 결국 갇힌 새장에 불과했죠.
반면 용남은 자신의 신체 능력과 클라이밍 기술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오릅니다. 여기서 '프리 솔로(Free Solo)'라는 개념이 떠오릅니다. 프리 솔로란 로프나 안전 장비 없이 오직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극한의 클라이밍 기법을 의미합니다. 물론 영화에서 용남은 즉석 장비를 활용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몸 하나에 의존해 생존 경로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프리 솔로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결국 단련된 자기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스펙이나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과 '실행력'이 아닐까요.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신입 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으로 '문제 해결 능력'과 '회복 탄력성'을 꼽았습니다(출처: 한국산업인력공단).
짝사랑과 가족애가 만들어낸 생존 동력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용남과 동아리 후배 의주 사이의 로맨스입니다. 용남은 의주에게 잘 보이려고 거짓말까지 하며 체면을 차리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그런 허세가 무의미해집니다. 오히려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과정에서 진짜 감정이 드러나죠.
또한 용남이 어머니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가족이라는 원초적 유대가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지 증명합니다. 실제로 제가 힘들 때도 가족 생각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몇 번이나 울컥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서 용남과 의주가 타워크레인을 타고 건너가는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헬기 바람에 흔들리는 크레인, 점점 올라오는 가스, 떨어질 듯 말 듯한 긴장감. 그 순간 용남이 "괜찮아,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저는 진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게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요.
유쾌한 코미디 속에 담긴 청춘의 절박함
<엑시트>의 가장 큰 매력은 재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용남이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벽을 타는 장면,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밑바닥에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청춘의 절박함이 깔려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용남과 의주가 헬기에 매달려 구조되는 순간, 저는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그들이 살아남은 건 운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의지와 서로를 향한 신뢰 덕분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어깨가 펴지더군요.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 지친 청춘들에게 건네는 유쾌한 응원가입니다.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언젠가 나를 구할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탈출구가 있다는 희망을 이 영화는 웃음과 함께 전해줍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용기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엑시트>를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실컷 웃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