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중한 가족을 먼저 보내드린 기억 때문인지 '사후 세계'이라는 단어가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는데, 자석에 이끌리듯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제가 예상했던 무거운 이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후 세계는 그저 근사한 배경일뿐, 우리 삶의 본질인 '관계'와 '사랑', 그리고 '나다움'을 묻는 아주 발칙하고 유쾌한 로맨스였죠.

67년을 기다린 첫사랑 VS 65년을 지지고 볶은 현 남편
영화의 설정부터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65년을 함께하며 증손주까지 볼 날을 기다리던 레리와 조엔 부부. 어느 날 레리가 한창때의 모습으로 사후 세계에서 깨어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평생 남편 레리를 당황하게 만든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죠. 바로 조엔의 사별한 첫 남편이자, 무려 67년 동안이나 환승역에서 그녀를 기다려온 순정파 루크입니다.
상남자 비주얼로 무장한 첫사랑 루크와, 비록 유치하긴 해도 평생의 세월을 공유한 현 남편 레리. 조엔은 이 두 남자 중 단 한 명을 선택해 영원을 함께해야 합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보다 백만 배는 더 난해한 이 삼각관계 속에서, 사후 세계 코디네이터는 빨리 결정하라며 재촉까지 하네요. 저 역시 글을 쓰며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만약 저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물론 저에게도 첫사랑은 있지만, 아마 그분은 이미 다른 분과 결혼해 그곳에서 자기 와이프를 기다리고 있겠죠? (웃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인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와 있을 때 가장 나다운가'
영화는 두 남자의 유치 찬란한 경쟁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누구와 함께할 때 진정 나다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죠. 조엔은 추억이 가득한 아카이브 데이트를 통해 과거의 설렘을 되새기기도 하고, 현남편과의 익숙하지만 깊은 유대감을 확인하며 고뇌합니다.
저는 평소에도 행복이나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꽤 깊게 와닿았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로맨스 구조일 수 있지만, '나다운 선택'이 영원을 결정한다는 설정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후 세계에서도 결국 우리는 '나 자신'으로 존재해야 하니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본 '저세상' 로맨틱 코미디
가족을 보낸 뒤 가라앉았던 마음이 이 영화 덕분에 조금은 환기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삶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질 때, 혹은 인간관계의 피로함에 지칠 때 이 영화는 "결국은 당신이 행복한 선택을 하면 돼"라고 다독여주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분석보다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가볍게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영화가 있을까요?
저처럼 사랑과 인연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라면, 이 기상천외한 삼각 로맨스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실 수 있을 겁니다. 조엔이 과연 누구의 손을 잡았을지, 그 결말은 여러분의 상상 혹은 영화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