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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주인공의 서사, 카타르시스, 사회적 현상

by 핑크카샤 2026. 2. 3.

1.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물, 한자와 나오키의 서사

〈한자와 나오키〉의 가장 큰 중심축은 단연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라는 인물이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영웅형 캐릭터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초월적인 천재도 아니다. 오히려 매 순간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조직과 권력 앞에서 철저히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절망적인 조건 속에서도 한자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혜와 논리로 길을 찾아 나간다는 점에 있다.

 

한자와가 은행원이 된 이유는 단순한 출세욕이 아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나사 공장이 자금난에 처했을 때, 은행의 냉혹한 판단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는 은행을 원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차라리 내가 안으로 들어가 이 조직을 바꾸겠다”는 선택을 한다. 이 지점에서 한자와는 이미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라는, 다소 모순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자리 잡는다.

 

시즌 1에서 한자와는 5억 엔이라는 막대한 무담보 대출 사고의 책임을 떠안으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분식회계, 도주한 사장, 내부 책임 전가까지 겹친 상황은 그야말로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주인공이 무너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을 법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한자와는 좌절의 감정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분석하고, 상대의 허점을 계산하며, 자신이 쓸 수 있는 카드들을 하나씩 꺼내 든다. 이 과정이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시청자는 그를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의 신념은 단순하다. 불합리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설령 패배하더라도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반복되는 공식은 드라마 전체에 안정적인 긴장감을 부여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이번엔 또 어떻게 헤쳐 나갈까”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2. 빌런 상사와의 대립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카타르시스

〈한자와 나오키〉가 오랫동안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이 빌런인 상사와 맞붙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 상사들은 단순히 무능하거나 냉정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권력을 이용해 책임을 떠넘기고, 조직 논리를 앞세워 개인을 희생시키는 인물들이다. 현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릴 법한 존재들이기에, 시청자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쌓여 간다.

 

특히 한자와가 극한의 압박을 받으며 굴욕을 감내하는 전반부는 의도적으로 답답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이 답답함은 결코 헛되지 않다. 이는 후반부의 반전을 위한 치밀한 포석이기 때문이다. 한자와가 상사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그들이 숨겨 온 비리와 책임 회피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순간, 이야기는 급격히 방향을 튼다. 이때 느껴지는 쾌감은 단순한 승리의 기쁨을 넘어, 몇 년간 쌓인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듯한 감각에 가깝다.

 

“당한 만큼 돌려준다. 이자까지 쳐서.”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를 상징하는 문장이 되었다. 이는 복수의 선언이면서도, 동시에 조직 내부의 불합리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윤리적 메시지다. 중요한 점은 한자와가 감정적으로 폭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를 지르되 논리를 잃지 않고, 분노를 드러내되 계산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외침은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라, 정당한 반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 오오와다, 쿠로사키 같은 캐릭터들이 극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이들은 완벽한 악인이라기보다, 조직 논리의 화신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미워진다. 그리고 바로 그 인물들이 무너지는 순간, 시청자는 강렬한 해방감을 경험하게 된다.

 

3. 빠른 전개와 완성도가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

〈한자와 나오키〉의 또 다른 강점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 속도다. 이 드라마에는 불필요한 연애 서사도, 의미 없이 늘어지는 감정선도 없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연결되며, 장면 전환은 과감하고 간결하다. 덕분에 시청자는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경제와 금융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드라마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방식을 택한다. 분식회계, 기업 회생, 내부자 거래 같은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이를 상황 설명과 연출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어렵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긴장감 넘치는 싸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완성도는 시청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1과 시즌 2 모두 일본 드라마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고, 방영 시간대의 생활 패턴까지 바꿔 놓았다. 이는 단순한 인기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콘텐츠였음을 보여 준다.

 

결국 〈한자와 나오키〉는 부패한 조직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개인의 태도를 그린 이야기다. 빠른 전개, 명확한 갈등, 그리고 답답함을 남기지 않는 결말까지. 이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에게 “그래도 싸워볼 가치는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언젠가 한자와 나오키를 영화관 스키린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처]
유튜브 영상: 이런 직장상사.. 감당 가능합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ischF3fVBCQ